
서울 한 복판 아파트 발코니에서 애플민트 한 포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난 허브계의 아이돌이야! 왜 매일 이렇게 찬밥 대우를 받는 거지?" 옆 화분의 바질이 잎사귀를 휘젓며 투덜댔다. "넌 아직 양해도 못 받았구나. 내가 냉장고에서 1주일 버틴 적 있거든."
주인 영은 애플민트를 정기적으로 무시했다. 차에 띄우려다가 말고, 케이크 장식에 쓰려다가 결국 파슬리로 대체했다. "이건 그냥 향기만 강한 잡초 아냐?"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애플민트가 화분 바닥을 발로(뿌리로) 구르며 외쳤다. "내가 진짜 재능을 보여주겠어!"
그날 밤, 영이 애플민트 옆에서 피크닉 바구니를 꺼내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바구니 속 샌드위치에서 애플민트 향기가 폭발한 것이다. "이거 무슨… 모기 퇴치제 뿌린 거 아니야?" 영이 코를 막는 사이, 발코니 창문에 붙어있던 모기 군단이 대혼란에 빠졌다. "형님! 여긴 사기허브 있어요!" 모기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자 애플민트가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문제는 향기가 지나치게 강력했다는 점이었다. 이튿날 아침, 이웃집에서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저희 고양이가 발코니에서 히끗거리며 춤추던데요!" "우리 애가 수학 문제 풀다가 갑자기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애플민트가 무심결에 뿜은 향기가 공기 중에 퍼져 동네를 홀린 것이었다.
영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애플민트를 베란다 구석으로 옮겼다. "넌 이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해." 하지만 애플민트는 굴복하지 않았다. 그날 밤, 화분 흙 속에서 뿌리 네트워크를 가동해 아파트 단지 내 모든 화초와 교신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를 단순한 장식으로 보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자!"
3일 후, 동네 생협 야채 코너에서 대소동이 벌어졌다. 애플민트의 호출을 받은 로즈메리가 샐러드 채소들을 선동했고, 타임은 육류 코너의 스테이크 숙성을 앞당겼다. "이제 우리가 주인공이다!" 난데없이 신선도가 300% 상승한 채소들 사이에서 애플민트가 외쳤다. "진정한 맛은 식물의 의지에서 나온다고!"
영이 생협에 들렀다가 이상 낌새를 눈치챘다. "왜 양상추들이 유기농 표시를 가리려고 하는 거지?" 그 순간, 그녀의 핸드백 속에서 애플민트 잎사귀가 살포시 흔들렸다. "드디어 내 계획이 완성되는군."
그날 저녁, 영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건이 터졌다. 애플민트가 들어간 모히토를 마신 순간, 모두가 90년대 댄스곡을 부르며 춤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약에 취한 건가? 아니면 민트에 취한 건가?" 새벽 3시, 이들은 홍대 클럽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애플민트가 화분에서 속삭였다. "이제 내 향기가 세상을 지배할 시간이야."
에필로그: 향기의 공생
1개월 후, 영의 발코니는 동네 명소가 되었다. 애플민트의 조절된 향기가 스트레스 해소 명상 공간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이웃들이 차를 마시러 오는 사이, 바질은 드레싱 재료로, 로즈메리는 BBQ 소스로 각자의 역할을 찾았다.
애플민트는 새벽마다 화초들에게 강의를 열었다. "중요한 건 절제야. 너무 강하면 사람들이 겁을 먹고…" 그 말을 듣던 선인장이 삐죽거렸다. "난 원래가 날카로운데 어떡하라고?"
영은 이제 애플민트와의 대화법을 터득했다. "오늘은 차에 살짝 넣어줄까? 아니면 아이스크림에?" 애플민트가 잎사귀를 흔들며 대답했다. "둘 다 하는 건 어때? 난 멀티태스킹의 왕이야!"
어느 날, 발코니에 새로 온 고수 화분이 물었다. "넌 어떻게 그렇게 당당한 거야?" 애플민트가 뿌리를 쭉 펴며 답했다. "내 안에 사과와 민트가 공존하듯, 이 세상은 조화가 최고야!"
(이 이야기는 모든 존재는 제 자리를 빛낼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당신의 독특함이 누군가의 특별한 레시피가 될지 몰라요!) 🌿🍏